"나는 원래 못해"라고 말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

"오늘도 바쁘게 일했는데 정작 한 게 없다." 이 문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당신은 게으른 게 아니라, 산만하도록 설계된 환경 안에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나도 한동안 같은 무력감 속에 있었다. 8시간 책상에 앉아 있고도 진짜 일은 30분 했을 뿐이라는 자각, 그게 시작이었다. '딥 워크'라는 새로…
"나는 원래 못해"라고 말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

"나는 원래 못해"라고 말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

노트북 옆의 커피

"오늘도 바쁘게 일했는데 정작 한 게 없다." 이 문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당신은 게으른 게 아니라, 산만하도록 설계된 환경 안에서 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나도 한동안 같은 무력감 속에 있었다. 8시간 책상에 앉아 있고도 진짜 일은 30분 했을 뿐이라는 자각, 그게 시작이었다.

'딥 워크'라는 새로운 희소 자원

조지타운 대학의 컴퓨터과학 교수 칼 뉴포트(Cal Newport)는 2016년 출간한 책 『딥 워크(Deep Work)』에서 이렇게 썼다. "산만함이 일상이 된 시대에, 깊이 집중하는 능력은 점점 더 희귀해지고 있으며, 동시에 점점 더 가치 있어지고 있다." 그는 SNS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30대 초반에 종신교수가 된 사례로 종종 인용된다. 그 자신의 시간 사용 방식을 분석해 정리한 책이다.

뉴포트가 말하는 딥 워크는 단순히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인지적으로 까다로운 과제에 방해 없이 몰두하는 시간을 뜻한다. 반대 개념인 섈로 워크(Shallow Work)는 이메일 회신, 메신저 응답, 짧은 회의처럼 누구나 할 수 있고 가치도 낮은 일이다. 문제는 우리가 하루의 대부분을 후자에 쓰면서 마치 전자를 했다고 착각한다는 점이다. 메신저 알림에 빨리 답한 것을 '일을 했다'고 느끼지만, 그것은 일의 그림자일 뿐이다.

알림 한 번에 23분이 사라진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의 글로리아 마크(Gloria Mark) 교수가 사무실 노동자들을 추적한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한 번 방해를 받은 뒤 원래 작업에 다시 완전히 집중하기까지 평균 23분 15초가 걸렸다. 알림 한 번이 거의 25분짜리 비용을 청구하는 셈이다. 더 무서운 건 사람들이 평균 약 3분에 한 번씩 작업을 전환한다는 사실이다. 산수만 해 봐도 진짜로 깊이 들어가는 시간이 거의 남지 않는다.

미네소타 대학교의 소피 르로이(Sophie Leroy)는 2009년 '주의 잔여(Attention Residue)'라는 개념을 발표했다.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겨갈 때, 이전 과제에 대한 생각이 뇌에 잔존하면서 새 과제의 수행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을 1분 확인하고 다시 보고서로 돌아왔을 때, 우리 뇌의 일부는 여전히 카톡 화면을 떠다닌다. 게다가 유타 대학의 데이비드 스트레이어(David Strayer)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약 2.5%만이 진짜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 즉 우리 대부분은 멀티태스킹을 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짧은 단일 작업 수십 개를 비효율적으로 전환하고 있을 뿐이다.

펼쳐진 노트와 펜

90분 단위로 일하는 이유

수면학자 너새니얼 클라이트먼(Nathaniel Kleitman)이 발견한 울트라디안 리듬(Ultradian Rhythm)에 따르면 인간의 각성도는 약 90분 주기로 오르내린다. 90분 동안은 비교적 깊은 집중이 가능하지만 그 이후에는 자연스러운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8시간을 띄엄띄엄 일하는 것보다 90분 × 2~3회의 진짜 집중 블록이 더 큰 결과를 만들어내는 신체적 이유다.

실제로 안데르스 에릭손이 의식적 연습 연구에서 관찰한 정상급 연주자들의 하루도 이 패턴을 따랐다. 그들은 하루에 최대 4~5시간 정도, 그것도 90분 블록을 쪼개서 연습했다. 그 이상은 질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오래 앉아 있는 것과 깊이 들어가는 것은 다른 능력이라는 사실은 데이터가 일관되게 말한다.

오늘부터 바꿀 수 있는 세 가지

  • 알림을 끈 90분 한 블록을 하루에 단 한 번이라도 만든다. 출근 직후 9시~10시 30분이 가장 보호하기 쉬운 구간이다.
  • 이메일·메신저 확인 시간을 정해 놓는다. 오전 11시, 오후 3시처럼 두 번으로 묶기만 해도 주의 잔여가 크게 줄어든다.
  • '무엇을 할 것인가'를 어제 저녁에 적어 둔다. 아침에 무엇을 할지 고르는 데 의지력을 쓰지 않는 것만으로 첫 90분의 깊이가 달라진다.

나는 처음 이 방법을 시도했을 때 한 가지 변화를 경험했다. 휴대폰을 다른 방에 두고 90분만 일해 보자는 작은 실험이었다. 처음 30분은 오히려 손이 자꾸 휴대폰 자리를 더듬어 우스웠다.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자 어떤 글이든 평소 두세 시간 걸리던 작업이 같은 시간에 끝났다. 그제야 그동안 일을 못한 게 아니라 일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바쁨과 깊이는 같은 단어가 아니다. 하루에 단 한 시간만이라도 진짜로 잠겨 본 사람은 그 차이를 몸으로 안다. 그리고 한 번 그 시간을 경험하고 나면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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