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효능감(Self-Efficacy): 반두라가 밝힌 '나는 할 수 있다'의 4가지 출처

"나는 할 수 있다"는 말이 공허하게 느껴진다면 자기계발서를 읽다 보면 '자신감을 가져라'는 조언이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자신감은 명령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같은 능력을 가진 두 사람이 있어도, 한 명은 도전 앞에…
자기 효능감(Self-Efficacy): 반두라가 밝힌 '나는 할 수 있다'의 4가지 출처

재능보다 끈기가 중요한 이유, 25년 연구가 말한다

노을이 지는 들판

미국 육군사관학교 신입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7주간의 혹독한 훈련 '비스트 배럭(Beast Barracks)'을 거친다. 매년 수천 명이 들어가지만 약 5%가 중도 포기한다.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지를 가장 정확하게 예측한 변수는 SAT 점수도, IQ도, 체력도 아니었다. 그 발견이 한 심리학자의 인생을 통째로 바꿨다.

앤절라 더크워스의 결정적 발견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는 25년 가까이 한 가지 질문을 추적했다. "왜 어떤 사람은 끝까지 가고, 어떤 사람은 도중에 그만두는가?" 그녀가 만든 답은 그릿(Grit)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장기적인 목표를 향한 열정과 끈기의 결합이다.

2007년 발표된 그녀의 웨스트포인트 연구(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는 충격적이었다. 입학 전 측정한 '그릿 척도(Grit Scale)' 점수가 누가 7주를 버텨낼지를 가장 잘 예측했다. SAT 점수, 체력 시험, 리더십 평가는 모두 졌다. 같은 패턴은 시카고 공립학교 교사들의 정착률, 영업사원의 실적 유지, 결혼 생활의 지속에서도 반복적으로 관찰됐다. 한 가지 변수가 이렇게 다양한 영역의 지속을 일관되게 예측한 사례는 심리학에서 드물다.

스펠링 비 챔피언의 비밀

더크워스는 미국 전국 스펠링 비(Spelling Bee) 결승 진출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도 같은 연구를 진행했다. 결승까지 오르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더 똑똑하다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단어를 더 많은 시간 동안 의식적으로 연습한 아이들이었다. 그릿 점수가 높을수록 의식적 연습 시간이 많았고, 결국 그것이 우승 여부를 갈랐다. 흥미로운 점은 의식적 연습이 즐거운 활동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은 그것을 '가장 힘들지만 가장 도움이 된 활동'으로 보고했다. 끈기는 즐거움이 아니라 의미에서 나온다는 단서다.

재능이 노력을 두 번 이긴다

더크워스가 책 『그릿』에서 제시한 공식은 다소 도발적이다.

재능 × 노력 = 기술
기술 × 노력 = 성취

즉 노력은 두 번 곱해진다. 재능이 두 배인 사람도 노력하지 않으면, 노력하는 평범한 사람을 결코 이길 수 없다는 수학적 직관이다. 우리는 누군가의 성취를 보면 '저 사람은 천재구나'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자리에 도달한 사람들의 일과를 들여다보면 평범한 매일이 기약 없이 쌓여 있다.

길을 걷는 사람

한 가지 균형: 그릿이 만능은 아니다

공정성을 위해 짚고 가야 할 부분이 있다. 2016년 아이오와 대학교의 마커스 크레데(Marcus Credé) 등이 발표한 메타분석은 그릿의 예측력이 초기 연구만큼 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업 성취 예측에서 그릿은 성실성(Conscientiousness)과 상당히 겹쳤다. 즉 새로운 발견이 아니라 기존의 성실성 개념을 다른 이름으로 부른 것일 수 있다는 비판이다.

그렇다고 그릿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일관된 방향성을 오래 유지한다는 점에서 그릿은 성실성과 미묘하게 다르다. 또한 더크워스 본인도 어떤 일은 끈질기게 붙드는 것보다 현명하게 그만두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고 인정한다. 잘못된 방향에서 그릿은 오히려 비용이 된다.

그릿을 키우는 네 단계

더크워스는 그릿이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진다고 본다. 그녀가 제안하는 단계는 다음과 같다.

  • 관심(Interest) — 즐거움을 느끼는 영역을 충분히 탐색한다. 처음부터 평생의 일을 정하려 하지 않는다.
  • 연습(Practice) — 그 영역에서 약점을 골라 의식적으로 반복한다.
  • 목적(Purpose) — 그 일이 나 외의 누군가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연결한다.
  • 희망(Hope) — 노력으로 상황이 바뀐다는 믿음을 의도적으로 회복한다.

나는 한때 그릿이라는 단어가 다소 부담스러웠다. 끝까지 못 가는 자신을 자책하게 만드는 도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크워스의 책을 다 읽고 나서 인상이 바뀌었다. 그녀가 진짜 말한 건 '버티는 사람만이 옳다'가 아니라, '무엇이 끝까지 갈 가치가 있는지 먼저 정하고, 그것에 시간을 걸어라'였다. 끈기는 도덕이 아니라 전략이다.

재능은 시작점일 뿐 결승선이 아니다. 결승선에 누가 서 있을지는 1년 뒤가 아니라 매일의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다시 앉아 있는 사람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