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유산소가 뇌를 바꾸는 정확한 메커니즘

운동을 하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그 '맑아짐'이 정확히 뇌에서 어떤 일로 일어나는지 안다면, 운동복을 입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 있다. 나도 운동을 미루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다 운동 직후 30분의 머리 상태가 평소와 얼마나 다른지 한 번 또렷이 인식한 뒤로는, 운동을 '체력 관리'가 아니라…
30분 유산소가 뇌를 바꾸는 정확한 메커니즘

30분 유산소가 뇌를 바꾸는 정확한 메커니즘

운동화

운동을 하면 머리가 맑아진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그 '맑아짐'이 정확히 뇌에서 어떤 일로 일어나는지 안다면, 운동복을 입는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 있다. 나도 운동을 미루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다 운동 직후 30분의 머리 상태가 평소와 얼마나 다른지 한 번 또렷이 인식한 뒤로는, 운동을 '체력 관리'가 아니라 '인지 관리'라고 다시 부르게 됐다.

시카고 외곽의 한 고등학교가 만든 사건

2000년대 초, 일리노이주 네이퍼빌의 한 공립 고등학교는 한 가지 실험을 했다. 학생들에게 1교시 시작 전 0교시 체육을 도입한 것이다. 단순한 워밍업이 아니라 심박수가 최대치의 80~90%까지 올라가는 강도 높은 유산소 운동이었다.

결과는 통계로 남았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국제 수학·과학 평가(TIMSS)에서 미국 평균을 압도하며 과학 1위, 수학 6위의 성적을 냈다. 같은 주, 같은 인구 구조의 다른 학교들과 비교하면 격차는 명확했다. 이 사례를 알린 것이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의학자 존 레이티(John Ratey)의 책 『운동화 신은 뇌(Spark)』다. 레이티는 단순한 사례에 머무르지 않고 그 메커니즘을 신경과학으로 풀어내려 했다.

BDNF, 뇌의 비료

유산소 운동을 하면 뇌에서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 뇌 유래 신경영양인자)라는 단백질이 분비된다. 신경과학자들은 이를 종종 "뇌의 비료(Miracle-Gro for the brain)"라고 부른다. BDNF는 두 가지 핵심 일을 한다.

  • 기존 신경세포의 연결을 강화해 학습과 기억을 돕는다.
  •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neurogenesis)을 촉진한다. 특히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서.

오랫동안 신경과학의 정설은 "성인이 되면 새로운 뇌세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였다. 1990년대 후반 프린스턴의 엘리자베스 굴드(Elizabeth Gould)와 솔크 연구소의 헤이디 반 프라그(Henriette van Praag) 연구팀은 이 정설을 뒤집었다. 그리고 그 뇌세포 생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끌어올리는 단일 행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거의 모든 후속 연구가 같은 답을 내놨다. 유산소 운동이었다. 반 프라그의 쥐 실험에서 자발적으로 쳇바퀴를 돌린 쥐들의 해마 치상회(dentate gyrus)에서 새 뉴런 수가 그렇지 않은 쥐의 두 배가 넘게 관찰됐다.

야외 요가

우울과 불안에 대한 처방

듀크 대학교의 제임스 블루멘탈(James Blumenthal)이 진행한 1999년 임상 연구는 자주 인용된다. 중증 우울증 환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항우울제, 운동, 둘 다를 처방했다. 16주 후 운동 그룹의 증상 개선 정도가 약물 그룹과 거의 동등했다. 더 흥미로운 결과는 10개월 후 추적 조사에서 나왔다. 운동 그룹의 재발률이 가장 낮았다.

운동은 약처럼 즉각적이지는 않지만, 약에 없는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 자기 효능감이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감각이 약과 별개의 회복 경로를 만든다.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2018년 메타분석은 25개 임상 연구를 종합해 운동이 항우울제에 비교 가능한 수준의 항우울 효과를 가진다는 결론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얼마나, 어떻게, 언제

  • 주 3~5회, 한 번에 30~45분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이 가장 자주 권고되는 처방이다.
  • '옆 사람과 대화는 가능하지만 노래는 부르기 힘든' 강도가 중강도의 일반적 기준이다.
  • 오전 운동은 그날의 인지 기능과 기분을 위해, 저녁 운동은 수면의 질과 다음 날 컨디션을 위해 유리하다.
  • 중요한 학습이나 회의 직전에 10분 빠르게 걷는 것만으로도 즉각적인 인지 향상이 보고된다.

나는 한참을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 한다고 믿었다. 그러다가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점심시간에 15분만 빠르게 걸어 보기. 처음에는 점심을 빨리 먹어야 해서 번거로웠는데, 한 달이 지나자 오후 2시쯤 평소 찾아오던 그 멍한 시간이 사라진 것을 알아챘다. 단 15분이 오후 4시간의 집중력을 바꿔 놓고 있었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시간이 만들어 주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오늘의 30분 운동은 오늘의 컨디션이 아니라, 1년 뒤의 뇌 구조를 바꾼다. 운동은 체력 관리가 아니라 장기적 인지 자산에 가장 확실히 투자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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